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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시대] 우리의 배려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Theme 시대] 우리의 배려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우리의 배려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현대에는 다양성이 중시되면서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좁게는 세대와 성별, 나아가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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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배려는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현대에는 다양성이 중시되면서 서로 다른 이들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다. 좁게는 세대와 성별, 나아가 인종, 종교와 문화가 다른 이들이 어울려 하나의 사회를 이루면서 배려 역시 대상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글. 선안남(선안남심리상담연구소 소장, 심리학 박사)

 

배려에 이르지 못한 배려
지연 씨는 몇 시간 째 문자를 고치고 또 고치고 있다. 친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친구의 사정을 생각하자니 어떤 말이든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친구가 상처 받을까 봐, 저렇게 말하면 나를 싫어할까 봐 여러 말들을 전전하다가 결국 할 수 있는 말은 자신이 본래 하고 싶었던 말에서 멀어져 있었다. ‘좋은 주말 보내라’와 같이 자신을 담지 못한 말로 안부를 전하고 만 것이다.
왜 그렇게 했을까 돌아보니 너무 배려하느라 오히려 제대로 배려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를 배려하려 하느라 자신을 배려하지 못했음을 알았다. 많은 시간과 마음을 할애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배려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눈치를 많이 보는데 눈치가 없어요”
지연 씨는 상담 끝에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사람들을 배려하느라 눈치를 많이 보는데요, 결과적으로는 눈치가 없어요.”
눈치가 없어서 사람들과 관계 맺기가 힘들고, 눈치를 많이 보는 방식으로 힘든 관계를 지탱해 가려 했다. 하지만 눈치 보는 것이 힘들고 결과적으로 관계 속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녀는 배려를 많이, 아주 많이 한다. 그런데 정작 그녀의 배려를 받는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거나, 부담스러워하거나, 무시한다. 뭔가가 기울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눈치를 보지 않아도 사람들을 배려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지 아직 잘 모른다.

 

진정한 배려의 특징
진정한 배려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1. 내가 해주고 싶은 방식이 아닌 상대가 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묻고, 듣고, 실천해야 한다. 무작정 나의 짐작으로 상대가 원할 것 같은 것을 해주고 배려라고 생각했다면 그 행동은 배려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2. ‘너를 위해’ 속에는 ‘나를 위해’가 있다. 배려의 ‘자기중심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배려가 타인을 향한 것, 타인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모든 출발선이자 목표 지점은 사실 우리 자신에게 있다. 어떤 배려의 몸짓이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3. 결과를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진심의 의도에 집중한다. 배려를 배려로 받아들이는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는 상대에게 달렸다. 우리는 다만 배려하고 싶은 우리의 마음속 의도를 잘 전달하는 것을 고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대가 배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진심을 전할 다른 방식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모든 배려는 나에 대한 배려부터
어느 정도 상담을 받은 뒤 지연 씨는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문구를 다시 해석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내가 타인에게 행한 것이 의도대로 가지도 못했고 그랬기에 내가 받고자 하는 대로 오지도 못했음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네 이웃을 사랑하라’에 집중했을 뿐 ‘네 몸과 같이’가 의미하는 ‘자기 배려’가 모든 ‘타인을 향한 배려’의 전제임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이처럼 배려는 나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관계 속에서 좋은 것을 주고받고 싶은 마음은 충만하다. 하지만 배려에도 연습과 기술과 노력이 필요하다. 배려하고 배려받고 싶은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연습을 해나간다면 우리 삶은 더 충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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